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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 OB] 서원득 수셰프의 이야기

서원득 수셰프는 솔밤의 오픈 멤버로 함께 일을 시작해 미쉐린 1스타를 받는 데 기여하고, 지금은 새로운 꿈을 찾아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솔밤과 함께한 기간 동안 로스터와 수셰프의 일을 병행하며 솔밤의 요리를 멋지게 탄생시켜 준 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스무 살 때 학교를 요리 전문학교에 진학했어요. 솔직히 요리를 제 꿈이라고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건 아니에요. 공대에 가려고 했지만, 하다 보니 공부에 흥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지루한 그런 삶 보다는 특별한 삶을 살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요리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요리학교에 간다고 하니 부모님이 정말 반대를 하셨어요. 부모님도 잠시 음식점을 하신 적이 있었던 터라, 요리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계셨거든요. 게다가 저는 처음부터 요리를 하겠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당시에는 저도 “뭔가 보여드려야 되겠다,”라고 제 선택에 무게를 많이 싣게 된 것 같아요.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CIA 유학을 다녀오셨어요.

대학에 있을 때, 군대를 취사병으로 갔어요. 그 당시 다른 부대에 계시던 분을 교육 자리에서 만났는데, 그 분이 CIA 졸업생이더라고요.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 미국의 대표적인 요리학교)를 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고, 이런 곳에 다니는 사람을 막연하게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기에만 멈춰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외로 나가 보자, 학교를 옮겨 보자는 생각을 그 당시에 품고, 전역을 하고 졸업을 한 뒤 CIA 입학 준비를 했어요. 입학에 필요한 경력사항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군대 취사병도 경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합격하고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죠.


미국에 가기 전, CIA에 대한 저의 생각은 “최고의 요리학교”, “요리에 미친 사람만 오는 곳” 같은 것들이었어요. 저는 경력도 없고, 대단히 내세울 게 없어서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스무 살 한국의 여느 대학생처럼 다 처음 배우며 꿈을 키우는 곳이더라고요. 그걸 느끼고 나니 여기서 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이 많이 났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미쉐린 레스토랑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고, 막연히 졸업 후 호텔로 가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본 친구들은 모두 개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가려고 했고, 저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미국인이 아니고 비자 문제가 있어 현지에서 졸업 후 1년 정도밖에 못 하니, 이 짧은 시간을 더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이후 어디에서 경력을 쌓으셨나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BENU에서 한 학기 동안 인턴십을 했어요. 졸업 후에는 2 스타 Saison에서 일을 했고요.


베누에 처음 갔을 때 세상은 넓고 엄청나다는 걸 느꼈어요. 학교 수업에서는 경쟁 상대가 친구 뿐이잖아요? 또래에서는 손이 빠른 편이라고 생각하고 솔직히 조금 자만하며, 내가 좀 낫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베누 첫 날 출근하자마자 들어선 주방에서, 저보다 빠르고 정확한 사람 스무 명이 진짜 프로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30분도 채 되지 않아 식은땀이 흘렀어요. 그런 환경 속에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솔밤에 오시게 된 계기는요?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코로나 시기에 맞물려 한국으로 귀국했어요. 개인적이 사정으로 어깨를 다쳐 수술을 하며 1년간 잠시 일을 쉬었고요. 그리고 일자리를 찾다가, 같이 CIA 동기였던 형이 한남동에 새로 오픈하는 캐주얼 레스토랑 CESTA에 합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당시에 캐주얼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함께 일하게 되었고, 당시 주방에 계시던 엄태준 셰프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 셰프님의 팀으로 솔밤에 오픈 멤버로 함께 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솔밤에 와서 로스터와 가드망제의 일을 하고, 지금은 로스터와 수셰프의 일을 하고 있어요. 솔밤에 와서는 성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베누나 세종에 있던 당시에는 직급이 높지 않았고, 저에게 주어진 몇 가지 역할만 기능적으로 집중하면 됐어요. 시스템적으로 봐도, 미국의 레스토랑은 HR담당, PR담당, 주방 팀원 따로, 소믈리에, 매니저, 홀, 등등 각각의 자리와 인력이 세분화되어 있는데 한국은 그런 경우가 드물잖아요.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보는 눈이 생겼죠. 그곳에서는 눈이 트였다면, 여기서는 기술적으로나 요리 외적으로 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엄태준 셰프님도 제 경험에 비해 정말 많은 것을 던져 주셨거든요. 힘들었지만 그 힘든 만큼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은 무엇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한정된 시간 안에 좋은 퀄리티를 내야 하는 일이 저희 모든 팀원들이 하고 있는 일이에요. 아침에 일찍 와서, 넉넉한 시간을 두고 품질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성장하기 힘들겠죠. 압박과 한계 속에서 더 나아지니까요.


생각해 보면, 요즘에는 고객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요리사는 홀에서 일하는 게 아니니 손님 반응을 알기 힘들잖아요? 제가 예전에 인턴을 한 곳들에서도 굳이 그 레스토랑의 평판이나 리뷰를 찾아 볼 생각을 안 했거든요. 이미 미쉐린 스타를 받은 곳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곳에서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는 ‘0’의 상태에서 모두가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솔밤에 관한 포스팅이나 리뷰를 보면서 ‘내가 잘 못하고 있지는 않구나’, 그리고 가끔 안 좋은 코멘트가 있으면 ‘이런 부분도 있구나’라는 것을 생각하고 느껴요. 정말 함께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제가 예민한 편인가봐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쉴 때도 요리와 관련한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니까요. 평소에도 압박을 많이 느껴요. 동시에 그 압박에 지기 싫고,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매일 분투하죠.

그래서 한편으로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오히려 쉬는 날에는 요리와 전혀 관계 없이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요. 그냥 정말 편하게요. 그런 시간이 있어야 다시 압박에 맞설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까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의외로 요리를 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잊기 쉬운 것 같아요. 그냥 ‘일’이 되어 버린다면요. 10년 뒤, 제가 그리는 모습 속에는 그 행복을 잃지 않고 요리하며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크게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보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요.


지금은 제가 배우는 시기,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힘들어요. 하지만 이런 시기가 있어야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래야 언젠가 제 것을 잘 하더라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잘 견뎌 보아야죠.


나중에는, 파인다이닝과 캐주얼 레스토랑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캐주얼, 누군가에게는 다이닝으로 느껴지는 그런 곳을요. 퀄리티와 편안함이 공존하는 따스한 공간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 솔밤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좋은 앞날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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