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밤의 고동연 소믈리에가 2024 코리아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솔밤의 모든 팀원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9일, 솔밤의 고동연 헤드 소믈리에가 코리아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Korea Sommelier of the Year)의 여덟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코리아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 대회는 2015년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국내 와인 문화의 발전과 전문인의 경쟁을 통해 와인 문화의 성숙을 도모하는 자리입니다. 한국의 가장 권위있는 소믈리에 대회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의 와인에 대한 소믈리에의 전문성을 평가합니다.
이번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에서는 2차례의 예선 심사를 통과한 5인이 와인 관련 이론, 음식과 와인 페어링, 음료 및 디캔팅 서비스, 블라인드 테이스팅 등에 응시했습니다. 준결승에 이어 최종 3인의 진출자가 매그넘 샴페인 서비스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 고동연 소믈리에는 모엣 샹동(Moët & Chandon) 와이너리 투어와 리델(Riedel) 스페셜 어워드 투어를 부상으로 받고, 와인즈 오브 포르투갈(Wines of Portugal)로부터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아 활동하게 됩니다. 고동연 소믈리에가 전하는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이번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아직 너무 얼떨떨합니다. 굉장히 소중하고 값진 결과에요. 제가 군대 복무 중일 때, 처음으로 이 대회를 접했습니다. 전역 후 2017년 4월 정식당에 입사해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헤드 소믈리에였던 경민석 소믈리에가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전년도의 우승자였던 신동혁 소믈리에가 대회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죠. 저는 고작 입사 1주일차였는데, 선배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생긴 거에요. 덕분에 새벽까지 남아 어떻게 대회를 준비하는지 옆에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선배들이 대회를 준비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굉장히 벅차고, 설레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강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래서 이듬해인 2018년부터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를 나가기 시작했어요. 당시 정식당에 우승자가 2명이나 있어서인지, 제게는 큰 목표와 기준점이 되었죠. 나도 노력하고, 공부하고, 발전해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언젠가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소믈리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하고요. (웃음) 그만큼 제겐 소중한 대회였는데, 참 아이너리하게도 간절히 원할수록 더 멀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히려 제 바람이나 뜻처럼 잘 풀리지 않았어요.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시험을 볼 때마다 공부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 나오고요.
작년에는 어드밴스드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느라 공부하랴 일하라 너무 바빠서,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어요. 결혼 기념일에도 대회에 응시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기대를 내려놓았는데, 신기하게도 그제서야 보이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대회를 준비하고 어떤 부분이 더욱 중요한지… 포기하기 직전, 길이 보이는 것 같달까요? 그 덕에 다시 도전한 이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공부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레 습득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전엔 아등바등하며 억지로 외우려고 했던 것들이 자연스레 뇌리에 남게 되죠. 그런 날들 덕에 지금이 있을 수 있지만, 거기에서 지쳐버렸다면 더 이상은 없었을 거에요.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 외에도 세미나, 시음회, 선후배와의 시간, 손님과의 대화 속에서 터득되는 값진 경험도 중요한 지식이 되고, 함께 빛을 발하게 됩니다.
물론 시간을 적당히 흘려보내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일상의 경험을 나의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시험 직전 한 달 간은 저 또한 정말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업장에 새벽 4시까지 남아 세세한 모든 순간에 대비했어요. 와인 서비스, 블라인드 테이스팅, 함께 곁들일 유머의 스크립트, 서 있는 모습과 표정, 모든 순간에 대해 세세하게 초 단위로 나누어 스스로의 모습을 계획하고 상상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제 모습이 초 단위로 재생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에요. 6분간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위해서 4분 30초로 끊어 준비하고, 대본도 짜고, 정말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 이런 시간 투자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믈리에로서 꾸준히 스스로를 향상시킨다는 것은…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일과 공부가 하나입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꾸준해야 해요. 단순히 근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일하면 허송세월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런데, 일과 공부는 하나로 연결되지만, 그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일과 공부를 따로 반드시 나누어 해야 해요. 저는 아직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그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솔밤에서의 헤드 소믈리에로서 비전은…
솔밤이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훌륭한 와인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은 헤드 소믈리에가 가지는 당연한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솔밤의 소믈리에 팀이, 각자 모두 평등한 전문인으로 손님을 대하도록 합니다. 헤드 소믈리에든, 주니어 소믈리에이든, 직급 때문에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는 없죠. 각자가 온전한 소믈리에로 좋은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손님을 케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생각해 온 비전인데요, 솔밤에서는 한 명의 헤드 소믈리에가 스타일을 기획하기보다는 팀원이 유기적으로 함께 문화를 형성해 나갑니다. 레스토랑이 3년, 5년 영업을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단지 먼저 들어온 사람으로써 팀이 올바른 생각과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할 뿐이에요. 결국엔 팀원들이 좋은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솔밤 소믈리에 팀의 문화가 생겨나니까요.
저는 소믈리에 팀에 업무와 성장, 모든 부분에 대해 많은 압박을 가합니다. 다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 또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죠. 이런 올바른 생각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 훗날, 15년, 20년 뒤 제가 솔밤에 손님으로 식사를 하러 왔을 때, 솔밤에 있을 미래의 헤드 소믈리에가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일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 비전입니다.
소믈리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저도 생각이 계속 변화해 왔는데요, 지금은 ‘와인을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처음 시작하던 막내 소믈리에 시기에는 얼마나 와인을 잘 파는지, 혹은 얼마나 와인에 대해 많이 아는지,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지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저를 빛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일하고, 더 배우며 시간이 가니 결국 중요한 것은 손님에게 선사하는 시간이더군요. 손님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시 소믈리에의 관점으로 돌아와 생각하면 결국 ‘와인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것이 소믈리에의 마음가짐이에요.
작은 지식으로, 앞만 보며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가격이 낮은 와인이나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지 않는 와인에 대해 마시거나 서비스 하기도 전부터 함부로 그 와인을 평가해 버릴 위험이 생깁니다. 그리고 소믈리에는 와인을 마시며 일하지만 소량만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는데, 그래서 한 병의 와인을 마시며 변화해 나가는 감정에 대해 잊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빠르게 판단해버리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마음가짐을 바로잡고 와인을 대하는 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또 다른 도전 계획이 있다면…
한국에서 권위 있는 세 가지 소믈리에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해 보는 꿈을 가졌습니다. 이제 소펙사 하나가 남았네요! 그리고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는 것도 제 커리어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는 마음으로, 멀리 보며 꾸준히 정진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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