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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 X 페이토 갤러리: 김은주 작가

2024년 가을, 페이토 갤러리와 함께 흑연 속에 수많은 빛을 담아낸 김은주 작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은 솔밤 팀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이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서울의 페이토 갤러리와 함께, 이번 가을 솔밤의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2021년 12월 개관한 페이토 갤러리는 미술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린 문화 공간으로, 캐나다 밴프(Banff)에 있는 호수 이름을 따왔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같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을 전하는 페이토 갤러리는 2024년 가을, 김은주 작가를 솔밤을 통해 선보입니다.




김은주,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2018, 종이 위에 연필, 100x80cm


흑연에서 찾은 무한함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은주 작가(1965-)는 ‘연필’이라는 소박한 재료에서 출발해, 커다란 화면 위에 경이로운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하나 하나 긋고 잇는 노동집약적 작업은 김은주 작가가 생각하는 생명의 순환과정과 같습니다. 연필심의 흑연 가루는 언뜻 그저 검은 빛처럼 보이지만, 종이 표면에 묻어 빚어내는 광택은 때로 거울처럼 반짝이며 반사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붓 터치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가운데 미세한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을 품어 보입니다. 관람자의 움직임은 작품에 생명력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김은주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수행을 하는 것처럼 수고로운 작업 과정이 절로 상상되며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대표적인 '가만히 꽃을 그려보다' 시리즈의 작품은 목단을 변형시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꽃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그려져 있는 대상 – 꽃 뒤로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김은주, 그려보다- 230115, 2023, 종이 위에 연필, 122x172cm


김은주의 작품은 멀리서 인지하면 발묵(沒骨法:외곽선을 그리지 않은 번짐)효과를 강조한 진한 먹의 운용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 보면 ‘종이 위에 연필’로 그려낸 기본에 충실한 작업임을 알게 된다. 조감법(鳥瞰法; Bird's eye view)으로 그려진 산수화가 연상되는 ‘종이 선묘(線描)의 꽃송이 풍경’들은 어찌 보면 형상이나 의미를 넘어 선들이 중첩된 생명력의 무한한 에너지 자체를 표현하는 듯하다. 실제 작가는 대상을 강조하지 않은 채, ‘그려보다’는 이름을 툭하니 던져놓는데, 무심히 자리한 명명 안에서 자연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소요자적(逍遙自適)’하는 경지를 느낄 수 있다. 보는 이들 역시, 작품의 여백과 선을 오가면서 노닐다 보면 대상 사이에 흐르는 바람과 공기의 기운을 만날 수 있다. 멈춤과 움직임 사이의 행위성이 리드미컬한 모노크롬 안에서 꽃을 피우는 작품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작품 안에 작가의 시간을 함축하고 있다. 흑연의 무한한 확장성이 주는 무한의 상상력 속에서 우리는 삶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다양한 명상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김은주 작가가 본격적으로 드로잉 작업에 매진한 것도 30여년이 넘었습니다. 그녀는 대학원 재학 시절 새로운 작업형식을 찾아 헤맬 때 늘 해오던 드로잉이라는 행위가 크게 와 닿았다고 말합니다. “드로잉의 재료는 연필, 콘테, 크레용, 목탄 등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버리고 남은 것이 연필이었어요. 그러다 1997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연필을 주재료로 된 작품을 전시하게 됐어요.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연필이라는 재료가 가진 특징을 좋아해요.” 연필이라는 심플한 재료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김 작가는 편안함과 만족스러움을 찾는다고 합니다.



작은 연필에 선들이 모여서 하나에 꽃잎이 되고 꽃잎이 모여서 커다란 꽃이 되었다 내 속에서 부는 바람에 꽃이 휘날린다. 지금은 꽃을 그리고 있지만 이것이 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 다 사라지고 그리는 행위만이 남아 있다. 평온해진다. 그리는 것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다. 형태를 빌려 내 본성에 에너지를 담으려 한다.

김은주 작가 노트







김은주 작가는 드로잉이 미술사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자리매김하는 시점에서, 작가는 ‘긋는다’는 행위를 ‘완성된 작품’으로 옮겨내어 ‘추상과 구상’, ‘흑과 백’, ‘여백과 대상’의 허실상생을 넘나드는 탁월함을 통해 작가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전시에 참여, 활동 중이며 부산시립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


이번 가을, 솔밤에서 연필 하나로 경이로운 작업을 하는 김은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솔밤에서 하나의 요리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에너지를 담아내듯, 작품을 이루는 셀 수 없이 많은 선을 그리기 위한 작가의 수행과 같은 행위에서 느껴지는 깊은 감동을 느껴 보세요. 검은색 속에서도, 시간을 가지고 바라볼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색은 불가능 속의 가능을 시사합니다. 솔밤은 매 시즌, 페이토 갤러리와 함께 삶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작품을 찾아 선보이겠습니다.







솔밤의 파트너십

레스토랑 솔밤은 서울의 페이토 갤러리와 협력하여 지역 예술가들의 재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이 협업은 솔밤의 지역 문화에 대한 헌신과 페이토 갤러리의 현대 미술 전문 지식을 교류하며, 한국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작품을 더 널리 선보일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매 계절, 페이토 갤러리의 큐레이션에 따라 솔밤의 공간을 채우는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미식과 예술이 함께하는 창의적인 커뮤니티를 지원하며 공감각적인 즐거움을 나누는 다이닝 경험을 고객들께 자랑스럽게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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