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아름다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하는 솔밤의 이다솜 가드망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요리와는 크게 연관이 없었어요. 고3 때는 직업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 군사학과 면접도 보고, 진로를 군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꿈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시기가 왔어요. 그러다 허리 디스크 문제로 직업군인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요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딱히 좋아해서라기보다는 호기심에서 출발했어요. 어떤 일을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대학 전공을 선택하면서 호텔조리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처음엔 꿈을 이루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지만, 호텔조리학과에서 배우는 과정이 흥미롭더라고요. 수업을 통해 요리의 전반적인 부분을 배울 수 있었고, 특히 한식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식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장' 같은 재료들이 주는 깊은 맛과 다양한 조합이 매력적이었거든요.
또한, 전공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실습을 진행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요리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무언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분야로 느껴졌어요. 원격 수업도 병행하면서 호텔에서의 현장 경험도 해 보고,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길을 찾게 되었죠.
지금까지 어떤 경력을 쌓아 오셨나요?
졸업 후 처음으로 취업한 곳은 호텔이었어요. 그곳에서 방켓과 뷔페 섹션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주방에서 사용하는 용어도 익숙하지 않아서, 누가 뭘 가져오라고 하면 그게 뭔지 몰라 헤맸던 기억이 나네요. 모든 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죠. 하지만 그곳에서 기초적인 것들, 예를 들면 칼질이나 기본적인 요리 방식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위에 있던 대리님이 제 사수로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세심하게 이끌어 주셨어요. 그때의 경험 덕분에 주방에서 일하는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조선호텔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여기서 '이타닉 가든'이라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옮기게 됐는데, 그곳이 저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파인다이닝이라는 환경 자체가 처음이었거든요. 처음엔 접시만 나르면서 시작했어요. 워낙 긴장도 많이 했고,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죠. 하지만 당시 수셰프님께서 저를 책임지고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고, 그 말씀에 힘입어 열심히 따라갔어요.
파인다이닝은 저에게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처음에는 다이닝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어서, 개인적으로도 책을 찾아보며 공부했어요. 작은 한 접시에도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직접 보면서 요리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졌죠.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라, 예술 작품처럼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요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갖게 되었고, 파인다이닝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요리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생선을 처음 다루게 되었던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어느 날 갑자기 생선을 손질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사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항상 흥미롭지만, 이건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한번 해봐라"라는 말을 듣고 계속 시도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죠. 실수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감도 컸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요리는 처음부터 쉬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작은 진전이 있을 때마다 성취감도 커졌고요.
또, 이타닉 가든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나 특별 디너를 자주 했었는데, 그때마다 담당자 자리가 비면 그 공백을 메워야 했어요. 그게 꽤 부담스럽더라고요.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그 빈자리를 완벽히 채우지 못하면 팀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죠. 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처음으로 한 라인을 책임지게 되었을 때예요. 난생 처음이었죠. 그때의 압박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레스토랑은 실전이니까, 실수 하나가 전체 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 내가 잘못하면 팀 전체가 욕을 먹을 수도 있으니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전날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와서 다시 배우고 준비를 했죠. 그리고 마침내 그날을 무사히 마쳤을 때, 정말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내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실감이 들어서 그날의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계속 경력을 쌓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호텔은 위계적인 조직 구조가 분명하고 체계적이었거든요. 그런 점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뷔페 요리처럼 대량 조리 업무를 맡았어요. 파인다이닝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있었죠. 그때는 요리의 디테일보다는 많은 양을 효율적으로 잘 해내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디테일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전체 업무를 완수하는 것이 우선이었죠.
하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작은 부분이 중요하고, 하나하나 완벽을 기해야 하더라고요. 작은 디테일이 놓치기 쉬운데도, 그것이 음식의 완성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완벽한 음식을 내는 것이 늘 도전이었어요. 촉박한 시간 안에서 최대한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이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인다이닝에서 일하며 셰프가 만들어내는 음식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었어요. 음식을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었죠. 작은 접시 하나에도 정성이 깃들고, 마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요리라는 것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음식을 손님에게 내보내기 전까지, 혹시라도 빠뜨린 것이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완벽을 향한 추구가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이 모든 경험들이 모여서, 파인다이닝에서 계속 경력을 쌓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솔밤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저는 개인 오너셰프 레스토랑에서 다시 기초부터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호텔에서는 규모도 크고 체계도 잘 잡혀 있어서, 어느 정도 맡은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미세한 부분들은 놓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초부터 천천히 쌓아가고 싶었어요.
그런 이유로 솔밤에 오게 되었죠. 사실 처음이라서 더 힘든 부분도 있어요. 호텔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스템이나 구조가 개인 레스토랑에서는 다르거든요. 호텔에서는 미리 준비된 자원이나 인프라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 하나하나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하죠. 작은 재료나 도구도 아끼고,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애정과 집중이 더 커진 것 같아요. 호텔에서의 경험도 소중했지만, 솔밤에서는 정말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고, 하나하나 신경 쓰며 진행하는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엄태준 셰프님과 함께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요리 철학을 배울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에요.
솔밤에서 일하는 것에 특별한 점이 있나요?
솔밤에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특별함은 기존 경력과는 전혀 다른 근무 방식이에요. 가장 큰 차이는 런치 영업을 하지 않고, 오로지 디너에만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하루의 리듬이 다르게 흐르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모든 직원이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해요. 전에는 보다 유연한 근무시간으로 일찍 출근해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솔밤은 그런 면에서 좀 더 규칙적이고 체계적이죠. 이런 점이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팀 분위기입니다. 솔밤은 직원들끼리 서로 돕고 협력하는 문화가 강해요. 다 같이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함께 끝내고, 함께 퇴근하는 그 과정에서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좋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요. 이런 분위기 덕분에 일하는 게 즐겁고, 그 자체로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솔밤은 이미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로, 직원들 간의 관계도 원만하고, 일하는 환경도 발전적이에요. 제 자신도 이곳에서 일하면서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특히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세심한 디테일에 신경 쓰는 것이 솔밤의 큰 장점이에요. 음식도 정말 맛있고, 그 맛을 위해 모든 직원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솔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현재 저는 솔밤에서 가드망제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이 파트에서는 주로 차가운 요리를 준비하고, 식재료를 다양하게 손질하는 일을 맡습니다. 기본적인 부분이면서도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많이 요구되죠. 아직 다양한 파트를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점점 다른 파트도 맡아볼 기회가 생길 거라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식 다이닝이 특히 재미있어요. 한식의 다양한 맛과 재료의 조합을 깊이 탐구하고 싶거든요. 사실 파인다이닝 일을 시작한 지 이제 2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막내라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껴요. 그래서 지금은 먼 미래보다는 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어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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